‘4월이’의 둥지
글: 주 앙
페밀리 룸 오른쪽 창가에 소나무와 흡사한 잣나무 하나가 있습니다. 나무는 소리 없이 자라서 가지들이 부채 살 모양으로 둥글게 퍼져 아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나뭇가지 하나가 창문까지 닿아 있어 바람이 불면 가지와 잎새는 창문을 똑똑 두드립니다. 나무 가지들의 새벽 인사를, 나무 가지들과의 은밀한 속삭임을, 그리고 아침 커피 팥(coffee pot)에 커피를 내리는 일로 하루는 시작입니다. 커피 향기가 온 사위를 감아 돌고 적요와 고요함이 여명으로 침잠해 가는 그 짧은 시간을 나는 즐깁니다. 아니 작은 미풍에도 몸을 흔들어 창문을 두드리는 잣나무와의 은밀한 교감을 더 즐긴다는 말이 맞겠습니다.
4월입니다. 늘 푸르기만 했던 잣나무는 고독과 아픔의 겨울을 이겨낸 처연함으로 짙은 외로움을 풍겨오듯 했습니다. 아마도 주위에 헐벗었던 나무들이 다투어 연녹색 옷들을 화려하게 갈아입고 있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어느 아침 나는 보았습니다. 새 한 마리, 그것도 아주 유별하게 예 쁜 새였습니다. 부리는 주홍 색이고 눈자위는 흑갈색 아이라인을 그은듯한 커다란 눈은 아주 선명 했습니다. 머리와 날개는 암갈색으로 무늬 진 비로드 같았고 가슴과 꼬리는 흰색 이였는데 그 하양 사이로 주홍 색을 붓 칠한 듯한 색감은 황홀할 지경 이였습니다. 하, 그 황홀한 새는 남편 새였고 또 다른 아내 새 한 마리가 합세를 했는데 아내 새는 그냥 보편적이고 평범했습니다. 새 종류와 이름을 몰라 여러 곳을 찾았지만 아리송할 뿐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지어 부르기로 했습니다. ‘4월이’ 라고…
‘4월이’들은 잣나무 한가운데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가늘고 잘 휘는 마른나무 가지들을 쉴 새 없이 부리로 다리로 물어와 지그재그로 바구니를 짜듯 엮어 갔습니다. 저들의 솜씨는 정교했고, 과학적이었고, 예술적이었고, 마치 건축가의 작품 같았습니다. 미장이처럼 둥지의 바닥 부분을 땜질하듯 마감하고는, 드디어 ‘4월이’들의 집은 완성되었나 봅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놀라웠습니다. 잣나무 전체적인 황금분할 비중의 집터는 너무나 완벽했다는 겁니다. 누가 ‘새 대가리’라고 했던가요. 그 말 은 ‘4월이’들에게는 분명히 모욕적인 단어입니다. 그렇게 ’ 4월이들’은 조용하게 둥지를 틀고 들어 앉았습니다. 생산을 할 모양입니다. 황홀한 ’4월이’는 먹이를 물어오기에 전력 투구를 했고, 그 모습이 어찌 그리 아름답던지요. 저들의 4월은 그렇게 찬란했습니다. 어느새 알을 다 낳았는지, ‘4월이’들은 쌍으로 둥지를 품고 또 자주 비우고 있었습니다. 마침 '4월이'들이 없는 틈새로 둥지 안을 살펴 보기로 했습니다. 온 가족이 출동하여 사다리를 놓고 둥지 안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진한 암바 블루(umber blue) 색 알들이 갓난 아기 주먹 만한 크기로 대여섯 개 쯤 소복하게 쌓여 있질 않겠습니까! 특히 놀란 것은, 그렇게 큰 새 알들도, 그토록 짙은 유채색 새알들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쁜 새들은 알도 저렇게 예쁜 것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4월이’들이 자주 둥지를 비우며 알을 품는 시간이 짧아진 것 같아 영 염려가 되었습니다.
안개 같은 나른한 봄날은 갑니다. ‘4월이’의 아기들은 언제 태어날까, 하면서 창가의 오수를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 독수리만큼 커다란 갈가마귀가 순식간에 잣나무 둥지로 날아들지 뭡니까. 나는 순간 데크 쪽으로 달려나가 난간을 두드리며 소리쳐 갈가마귀를 쫓았습니다. 그럼에도 갈가마귀는 유유히 두 세 개의 푸른 알을 입에 물고 날아갔습니다. 알 하나를 떨어트린 채 말 입니다. 도대체 ‘4월이’들은 어디서 무얼 하는가 모르겠습니다. 뒤늦게 둥지로 날아든 ‘4월이’들은 꺄이 꺄 꺄, 이상한 울음을 뱉으며 나머지 알들을 모두 쪼아버리고 그것들을 숲 속으로 물어다 버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잣나무 밑에 떨어진 알은 반으로 쪼개졌는데 알 속에는 몸이 거의 다 만들어져 가던 아기 새의 솜털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참혹한 잣나무의 비극은 한 순간에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 잔인한 4월’을 시인은 노래했듯이 우리의 4월은 그랬던 것입니다. 텅 빈 ‘4월이’들의 예술 작품인 ‘4월이’ 둥지를 떼내어 간직하자고 한 동안 마음이 수선스러웠습니다. 끝내는 이루지 못했지만...
나무로 새집을 만들 요량입니다. 아이들 손으로 예쁘게 색칠도 하고 갈가마귀는 물론 독수리 조차 날아들 수 없게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4월이'들이 돌아 올 것을, 새 생명을 탄생 시킬 것을, 기다릴 것입니다. 올해는 아니라도 내년에는, 아니 그 후년에는,, ‘4월이’들의 4월은 날아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덧글
봅니다. 감히 '시'의영역은 아니옳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생명체의 일생(?)을 보는 행복감이 사라지다니요...읽어내려가며 기쁘고 흐뭇했던 마음이 아파졌습니다. 정의와 평화는 그 작은 삶을 꾸리는데도 저리 힘든데...사람은 오죽할까싶은ㅜㅜ
직장도착~나중에 다시 들어오겠습니다^^
막판에 '사월이'라고 바꿨는데..오 아주 잘한듯 하네요. '사월이'와 '클라라' 역시 상상불허의 '이방인'
답다 그랬네요, 난 새를 좋아해요. 그런데 가종중에 유난히 '새'를 싫어하는 한명이 있었지요.
그 연관성의 은유적인 이번 글 이였답니다. '정의와 평화..'확 깨는 님의 단어가 가슴에 꽃혀오네요.
그나저나 '라라모녀'는 언제나 만날수있을까,,,그 러 네 요 ㅜ ㅜ
정의와 평화뒤에 오는 기쁨을 위해~ 노력하며 살고는 있지만 성과는 미미합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것은 빗물이 바위에 구멍을 뚫을수 있다는것. 제가 하고 이어서 제 아이가 하고 또 그 아이의 아이가 하고~ㅎ대물림으로 소중한 정신이 DNA로 이어져사라지지 않게하는것이 저의 소임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보고 끝!
미국에 가게되면 주앙님 만나러 단숨에 달려갈터인데, 그날이 언제가 될지 ㅎ한가닥 희망은? 그분께서 하는일은 상상불허, 예측불허이므로 미션(?)이 생기면 불가능이란 없을거란 믿음 ㅋ 계획은 인간이 세우지만, 실행은 그분이하신다는걸 너무나 잘알기에~~~기다려보셔욤 ^.^/
자연에 순응하며 최선을 다하는 그 작은 모습에 새삼 경이로움을 느끼게되는 아침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우리 만나게 되면 커피외에 사월이 얘기도 추가요 ㅋ 주앙님 화이팅^^
'이상 보고 끝!' 울림으로 받습니다.'사월이' 오랜세월 한국드라마를 안봐서인가, 너무오랜세월이
흘러서인가 기억에 없어요. 이제는 한국어도 영어도 뇌리에서 가물가물 잋혀져 가고있구요~
나혼자 후딱 한국방문이면 될터인데,,그게 그러네요. 맞아요 직장인이 움직인다는것,,그것도 가깝지도
않은곳을 온다는것 쉽지않지요. 그럼에도 님말데로 그분께서 하시면 못할일이 넚다는것, 고건 확실한
믿음..^만나면 필히'마약커피' & 원조 중동빵 대등입니다. 물론 사월이도 함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