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우리 만남은…’ 석대 골 집 일가(一家)

16. ‘우리 만남은…’


글 : 주 앙


"우리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 아니면 그것은 필연이었을까... 그때의 만남 떠올리면서 <남>이란 노래를 한참을 부르며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다바보 같이 주책 맞게도….

회오리 같았던 개인전과 초대전 끝내고 쉼은 너무 절실했다동해 바다가 가까운, 아직은 부모님 계신 고향 품으로 달려갔다마침 한여름쉼의 시간은  적절했다엄마의 밥과 아빠의 품은 완전한 보약 선물이었다  만에 몸과 마음은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그랬는데, 휴가철 선물은 따로  있었다아빠의 교회로 여름 수련회 일행이 도착하고 있었다놀랍게도 김형석 교수를 비롯해서 당시에 한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C, A, K, P 칼날 같은 교수들이 주축이었던 수련회였다 일행 안에 중고 교사인 셋째 오빠 대학 동창인 선생님도 있었다마침 김 교수와  선생과  명의 소는 우리 이었다잊지 못한다기억에 꼭꼭 저장된 김 교수 일행과의 영적 교제는 은총이었다그랬는데 선생은 내게 자기 학교에 취직까지 시켜주었다 그대로 ’ 간에 그런 크고  선물은 없었다그렇게 나는 서울 광화문  뒤편  L 선생의 H중학교 미술 교사로 부임했던 것이 시작은 떨림의 첫사랑 같았다.  

H중학교... 새로운 '만남 광장'은 활짝 열리고 있었다새파란 처녀 선생 입성은 총각 선생들의  총집중에, 교무실 분위기가 술렁거릴 정도였다신참답게  끝자리에 좌석 배치다앞에는 미남 배우 같은 생물 선생 Y옆에는 아이 엄마 음악 선생이 있었다교무실은 ㄷ자 배치로 막힌 세로  가운데는 교감그리고  옆으로 교무 주임수석(?)주임그렇게 은근히 권위적인 느낌의 자리 배치였다 교감 자리  왼쪽  자리는 나를 데려온 L 선생이었고, 오른쪽 자리는 국어 선생 S 자리다저들은 모두 고참들 순서대로구나했다그렇게 교무 직원들과즐겁기만한 수업 시간과 학생들과의 신나는 소통으로 어느덧 교사 생활은 천직인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리 만남은..." 이제부터다.   고참 대열의 S 국어 선생아니 국어 그냥 신 선생이라 부르자그는 키가 작고 말끔한 인상에 명랑 쾌활하고유머 감각이 뛰어나고인지도와 인기가  있었다학기가  지나도록 신 선생과는 특별한 대화 한 번 없었고, 그저 지나칠  목례 인사가 다였다가끔 학부모가 아닌 학교 방문자들이 있었다학교 비품 판매 교사의 친구들이다 중에 하루가 멀게 퇴근 시간 쯤에 교무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있다가까운 D상고 교사였는데, 우리 선생들과는    사이고 신 선생과는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그러려니 했다그런 어느  점심 시간이다신 선생 처음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내일 퇴근 후에 시간되면 ‘G’ 다방 에서 만날  있냐"고.  할말이 있노라고. 처음으로 눈을 마주하고 건네온  말에 노(NO)’  수가 없었다약속을 잡고  자리에 나갔다그에게 할 말은 뭐냐고 물었다신 선생은 실실 웃으며 급할  없다고 농담 같은 딴소리만 하고 있었다정식으로 마주한 신 선생은 조금은 호감에 실망스러웠다차를 마시며 시간이 지나고 있는데신 선생은 갑자기 손을 흔들며 벌떡 일어서는  아닌가... "아니 여긴  일로 여기서 누구랑 만나기로 했다 구요?"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건넨 사람은 D상고 선생이다상고 선생도 신 선생을 여기서 만나니 반갑다며 손을 잡고 과한 반응을 보였다. "자자 이러지 말고 우리 합석하고 정식으로 인사를 나눕시다." 신 선생은 상고 선생을  앞에 앉게 하고는  너스레다상고는 시계를 슬쩍 보면서 "아, 내가 약속시간 보다 일찍 와서 시간은  있네요" 하고는  앞에 았다뭔가 --했다 남자 X  보소 하는 짜고 치는 스톱인가?   기분이 완전히 바닥을 치고 말아 바쁘다며 곧바로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나중에야 알았다. H중학교 총각 선생  30대 위 아래가 전부라는 것을... 당시만 해도 가난했던 세대 부모의 지원 없이 결혼하고 자립하기 어려워 노총각이 된다는 것이다그래도   집을 쓰고 사는 사람은 신 선생이라고. 그럼에도 그는  눈이 높아 결혼을 못한 노총각이 되고 있는 거라고... 옆자리 음악 선생 들려준 말이다 알았다상고 선생은 나한테 홀딱 해서 우리 교무실을 무시로 드나드는 방문자가 되었고, 신 선생과의 광화문 찻집의 무리수는 전부 신 선생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나는 신 선생에게 불쾌감으로 크게 화를 냈다사실  일은 시작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그는 화를 풀어 주겠다는 이유로 적극성을 띠고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그것도 묘략의  수였던 것을 그때는 몰랐다그는  미술 선생과의 결혼에 올인  것을 공개적으로 퍼트리고 다녔다 냉담할 밖에는...

한동안 신 선생은 마치 죽을 상을 하고 다녔다너무 심각한 모습이라, 그날은 만났다자기를 받아 주지 않으면  되겠다고... 지난주엔 중이   있는 산 속 (이름 잊음) 다녀 왔다는 것이다 버리고 입산을 결심했노라고. 아주 분연했다 말을 잃었다그가 불쌍했다내가 뭐라고...  같은  뭐라고...  그래서 그냥 우리 사귀자고  버렸다. "우리 만남은..." 그렇게 우연 필연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그는 나보다 6살이나  많았다그의 노총각의 능구렁이 묘수는 정말 진정으로  만남의 우연이었을까… ’우연의 터널 캄캄하기가 그지 없었는데


덧글

  • steve 2020/03/20 00:57 # 삭제 답글

    ㅋㅋㅋ 잼있어요 ^^ 다음편 기대됩니다~
  • 주앙 2020/03/28 03:35 #

    하, 재미있었다니 다행이네요. 워낙 글을 재미없게 쓰는편이라,,암튼 '잼'힌트로 가볼게요 ^
    좀 쉬었다 가려고 했는데,, 옛,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 Leaves 2020/03/25 22:25 # 삭제 답글

    저도 이런류의 글 너무 흥미롭고 좋아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그 국어선생님과 꼴인 하시는거죠? 계속 이어서 써 주십시요. 벌서부터 기다려집니다.
  • 주앙 2020/03/27 19:31 # 답글

    '...그리고 제일은 사랑이라'의 아가페 사랑이 아닌 에로스 사랑은 인간사의 가장 인기있는 이야기가
    아닐런지요, 그런데 어쩌죠? S선생과의 스토리는 그냥 좀 별볼일는 편이라 기대를 접으시라고 미리
    안개를 뿌리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셔요,,우리모두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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