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글: 주 앙
생각지도 못했다. 해의 끝에서 막내 ‘매저님’(매니져) 아이디어다. 까마득한 세월의 ‘아 그 옛날’의 그분들과의 연결 소통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어찌 그런 생각을...? 역시 나의 ‘매저님’이시다. 우선 ‘그 옛날’을 찾기로 했다. 책상 위에는 메모지가 산 같이 쌓여 있다. 매저님은 그 산을, 나는 기억의 그 산을 파헤쳐 나가기로 했다. 찾으라, 길은 분명코 열릴 것이니까…
그렇게 두근두근 그 옛날의 전화번호 숫자는 돌려졌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는 않았다. 몇 번을 누르고 또 돌렸다. 그만 포기하자 했는데, 이번엔 내게로 따르릉, 심상치 않은 전화가 울렸다. ‘헬~로 ~’ 대답은 없고 주춤주춤 가쁜 숨소리 뿐이다. "여보세요~ 혹시 YJ 여사님~?" 맞았다, 그 옛날의 그분이시다. "서...언...생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교회 신문에 성경의 여인들, 중보자 인터뷰 글, 간증 글, 많이도 쓰셨던 서,언,생님 맞지요?" 세상에나, 이름은 잊으셨다는데 어찌 그 기억을 다 하실까. "예 맞아요, 맞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 옛날의 소통은 눈물 바다를 이루어갔다. YJ 여사님, 그분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셨다. 호걸 여장부이셨고, 사람들을 아우르는 지도력, 인지도 역시 뛰어나신 분이셨다. 내 글에 팬이시라며 먼저 다가와 손을 잡으셨던 분, 나보다 강산이 변하고도 넘는 연세임에도 내게 ‘선생님’이라고 불렀던 그분, 아무리 사양을 해도 되돌리지 않으셨던 분이시다. 이제는 100에서 5를 뺀 춘추가 되셨고, 보청기를 끼고, 휠체어에 몸을 싣고, 100살을 향해 달려가신다는 여사님의 쉰 목소리에 그냥, 그저 할 말을 잃었다. 그렇게 옛날의 첫 문은 열렸다.
따르릉 따르릉,, 또 다른 문을 두드린다. "예, 누구세요?" 이번엔 따르릉 몇 번으로 빠르게 연결이 됐다. 역시 80후반은 다르시다. GS 여사님, 그는 나를 무지무지 찾으셨단다. 그 옛날 분들과의 단절은 무려 5-6년 이상이다. 뭐 대수냐 하겠지만, 아니다. 그분들과는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주고 받았던 사이다. 왜 소통은 불통이 됐을까. 이유는 불투명이다. 내 쪽에서는 오는 전화만 받았기 때문일수도... GS님, 그분은 ‘쏘시오패스’ 기질이 충만한 개성이 강한 분이다. 특이하게 쓰레기 수집가이고, 그 쓰레기로 작품을 구상까지 하던 분이다. 목소리는 아직 고음에 청춘 그대로이시다.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건강 체질이었는데, 음식을 짜게 먹어서 혈관 병이 생기셨단다. 이제는 죽을 때가 됐구나 해서 자기 짐 정리, 즉 쓰레기 치우기에 온 힘을 다했다고. 그 동안의 시간들을 무제한 마구마구 쏟아내셨다. 마침 내게 장거리 전화가 왔기에 소통을 다음으로 미루고 겨우 끊었다. 그렇게 나보다 한참 연세가 높으신 일상의 소통 분들은 5명쯤이었고, 어느 순간 일률적으로 연결이 끊어졌던 것이다. 소통 소환 아이디어 작업은 그래... 계속,, 계속하는 거다, 20년 해의 끝에서…
이번에는 친구, 이민 동기 BZ 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뉴저지 ‘버겐카운티’ 이웃 친구로 우리는 민났었다. 그는’ 켈리’를 통해서 뉴저지로 들어왔고 우리는 직통 뉴저지 행이 다를 뿐이었다. 친구는 운전을 못했다. 나는 이웃 친구 BZ의 발 노릇을 아낌 없이 했다. 거의 매일 차에 태우고 미국의 일상을 익혀 나갔던 사이다. 어떻게 연결이 끊어졌는지 가물가물 하기만 하다. 따르릉~. 없는 번호로 뜬다. 어떻게 찾을까. 일단은 다시 매저님과 심각하게 검토를 해보기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 가자 했다.
VH 여사님, 아마도 100세 가까이 되셨을 최 연장자이시다. "이런 연세에 피 검사가 이렇게 깨끗한 분은 처음이다." 담당 의사들이 그렇게 말했단다. 오른팔 역할을 하던 딸의 하소연 같았던 말이 새삼 떠오른다. 그분 역시 전화 연결은 안되었다. 다른 날 오른팔 딸을 찾아야겠다. 훨씬 수월할 터이다. 부실부실한 메모지를 다시 간추려 다듬었다. 그 옛날의 흔적들은 왜 이리도, 이 시간 '짜-안'한지, 가슴이 먹먹 해 온다. 그렇게 똑딱똑딱 시간은 새해를 향해가고 있다. 아니 빠르게 달리고 있다.
역사에 없을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31일 '0시 카운트다운 볼'은 터질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온라인 카운트다운으로... 팬데믹은 그 세계적인 역사적 순간까지 변질시키고 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노을은 붉게 짙어만 가고 있다. 불새 같은 그 옛날의 끝에서…




덧글
험한시절,,그럼에도 새해는 꿈과 소망으로 한걸음 나아가시기만 바랍니다.